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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구지구 피학살자유족회, 대구지구 피학살동포 합동 묘·비 건립취지서 발표

15일, 경북지구 피학살자유족회대구지구 피학살자유족회에서 대구지구 피학살자들에 대한 합동 묘·비 건립취지서를 발표하였다. 대구지구 피학살동포 합동 묘·비 건립취지서 내 사랑하는 조국 땅 위에서 동족이란 이름만이 가진 이승만 독재정권 13년간에 걸쳐서 불법 무법으로 마치 어느 외국제 무기 성능실험이나 하듯이 경쟁적으로 남녀노유의 분별없이 감행한 동포 대학살은 민족사 상 최대의 반역적 죄과를 범한 것으로서 이것은 자유와 평화를 애호하는 전 인류의 증오와 엄정한 판단을 받아야 할 날이 멀지 않아 오고야 말 것입니다
이에 부모 형제, 자매, 처자, 남편을 잃어버린 우리 유족들은 오늘날까지 한 마디의 말과 항의도 또 백골을 보고도 그것을 수습할 수 있는 자유도 가지지 못하고 정치경찰의 냉혹한 감시와 탄압 밑에서 겨우 연명해왔으며 대부분은 인간 이하의 생활자로 전락되고 혹은 비관자살 혹은 고아 걸인이 되어 버린 채 10유년이란 긴 세월은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10년이면 산천도 변하고 인간에게는 망각의 미덕이 있다는데 사무친 가지가지의 원한과 분노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으며 오직 일편단심 무덤도 없는 무주(無主)백골이 되어 산곡 간에 산재된 피학살 인민들의 피로써 물들여진 검은 역사의 페이지는 민족적 양심과 이성이 존재하는 한 그대로 넘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태산과 같이 믿고 고이 기르던 아들 딸 청년 학생들을 잃어버리고 아사 병사 또는 의탁할 곳이 없는 노쇠자들과 사랑하는 남편과 애정과 아름다운 청춘을 송두리째 빼앗긴 미망인들 그리고 부모를 잃고 고아 걸인이 되어 가두(街頭)에서 방황하는 어린 소년들은 이때까지 국가적 또는 사회적으로 이렇다는 온정 위로의 말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슬픈 조국의 벽 밑에서 보장 없는 내일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족의 원수 민주반역도당 이승만 독재 밑에서 죄라고는 조국과 민족의 자주독립을 염원한 것뿐이며 함부로 「적색분자」 또는 반국가적인 존재로 조작되어서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학살당한 100수십만의 생명이야말로 진정코 민족적으로 큰 상실이었으며 동시에 이들은 아까운 천재들이었다는 것은 하나의 역사적 기록이며 또 오늘날 정치현실과 객관적 정세는 그것을 증언하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피의 화요일 4월 19일 자유당 사병들의 총화를 뚫고 투쟁한 학생들을 중심한 청년 대중들의 대열과 노동자 농민 근로대중의 자제이며 「전쟁」 「학살」에 의한 고아들을 중심한 구두 닦기 신문배달부 등 불쌍한 직업소년들의 푸른 영웅들이 흘린 고귀한 피의 대가로써 이루어진 4월항쟁이 없었더라면 이승만 일당독재 살인정치는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며 또 우리들이 이와 같은 발언과 행동은 취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 새로운 독재에 의한 공포와 반민족적이며 반민주적인 현상이 다시는 이 땅 위에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되며 또 이러한 대학살의 역사적 과오와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우리들은민족적 양심의 긴장으로서 인민대중이 지향하는 영광스러운 나의 조국 평화통일을 위하여 굳게 맹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중대한 정치적 과도기와 역사적 전환기에 있어서 과거를 비판 시정하는 것은 애국 애족적인 민주적 과업의 하나일 것입니다. 이것의 첫 사업으로서 우리들은 수만으로 추산되는 대구시 주변에 산재된 피학살 백골을 죽음의 계곡인 가창(嘉昌) 한 곳에 집합시켜서 대구지구 피학살동포 합동 묘비를 건립하고 위혼제를 거행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부모, 형제, 자매, 처자, 남편인 원혼들을 위한 것뿐 만아니라 모든 애국적인 시민의 정열과 더불어 민주적 역량의 집결을 상징하는 것으로써 빛나는 의의가 있는 것이며 또 민주주의의 불꽃을 피게 하는 것이 됩니다
애국동포 시민 근로자 지성인 청년 학생 군관공서 언론기관 기업체 정당 사회단체 문화단체 관계자들은 이승만 독재정권이 범한 죄악사를 비판하고 또 그러한 비극적인 역사의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표시로서 또 보복적(報復的)인 행위에 대한 종지부를 찍기 위하여 각자가 단일민족이란 피의 개념보다도 주권을 가진 국민 된 책임감으로써 지나간 날의 대립적 의식 및 격정을 버리고 애국 애족적인 초당파적인 행동성으로써 이 사업 추진에 있어서 적극적인 협조와 성원 있기를 호소하는 바입니다


무덤도 없는 원혼이여 천년을 두고 울어주리라!!
조국의 산천도 고발하고 푸른 별도 증언한다!
1960년 8월 15일
경북지구 피학살자유족회 유족회장 신 석 균
대구지구 피학잘자유족회 대표위원 이 원 식
출처 : 『영남일보』 1960. 8. 21 석1면 하단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