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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학원민주화투쟁위원회, 「연세대 분규의 진상은 이렇다」 발표

11월 23일자 『조선일보』 조간기사는 연세대 분규에 대한 연세대 영문과 학생 한형수의 글을 실었다. 한 군은 지난 16일에 일어난 연세대 분규에 대해 “가슴 아픈 일이다. 본인은 연세인의 한 사람으로 또 학원민주화투쟁위원의 한 사람으로 큰 과오를 시인하여 만천하에 사과한다”고 말하고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를 밝히겠다고 하였다. 다음은 한 군의 글을 정리한 것이다. 의로운 투쟁은 승리한다_ 연세대 분규의 진상은 이렇다 분규의 발단은 학원의 민주화와 기구개편안에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해온 교수 3명의 해임조치이다. 그 이유가 10년 전의 사생활과 신상발언이라는데 3명 중의 한 명이 교수대표라는 점에서 의혹이 크다. 이를 계기로 학생 측은 ①기구개편안의 실시 지연과 교수 3명의 해임에 책임을 지고 원일한 총장서리는 사퇴할 것, ②독선적이고 반혁명세력인 이사진을 개편할 것, ③학자적 양심을 망각하고 권력과 금력에 아부한 교수 2명(후에 7명으로 밝혀짐)은 사퇴할 것, ④「패컬티 세나터」(Faculty Senate) 실시 가결이 있은 후 일방적으로 지연하고 있는 기구개편안을 성문화하고 즉각 실시할 것, ⑤교수 3명의 부당해임 철회(구명이 아니라 파면철회만이 교육공무원법 30·34조에 의한 교수신분보장이라는 점에서)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각 학회별로 발표하였다. 그 후 각 학과 총무·회장 및 학년대표로 구성된 학생총회의 위임을 받아 ‘학원민주화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9월 12일에 맹휴에 돌입하였다.
이에 교수단은 제1성명에서 ①기구개편안 실시, ②교수 3명의 부당해임 즉시철회, ③아부교수 사퇴, ④한국인 총장 즉시 선출, ⑤학생 측의 요구조건을 전폭지지 등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투쟁에 들어갔다. 이후 학원민주화투쟁위원회는 여러 차례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표단을 학교 당국에 파견해 총장실·사택 등을 찾아가 강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즉 학원민주화투쟁위원회는 먼저 결의를 하고 전교생의 동의를 구한 후 대표단을 파견하고 전교생의 협조 하에 문교부를 방문하는 등 이성과 지성에 호소해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원일한 총장서리는 총회에 출석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요구에 “인민재판을 받기 싫소”라고 말하며 「학교폐쇄 고아원경영」(경제신문 게재) 등의 망언으로 학생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또한 연세대 역사에서 학생들의 요구가 관철된 일이 없으며 학생들은 교실에서 공부나 하고 교수는 교단에서 강의나 할 것이지 요구할 권리(한국어로 ‘의무’라고 했다가 ‘권리’로 말을 고침)가 없다고 말해 학생들을 자극하였다. 이 말은 역사 속에서 혁명이나 혁신이 없었던 사회는 후에 아무리 부패해도 혁명이 일어날 수 없고, 종교적으로 회개해본 경험이 없는 자는 이후에도 전혀 회개할 수 없다는 논지와 같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문회의 중재로 기구개편안 추진위원회·교수 3인의 해임 재심위원회가 구성되어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고 교수단도 농성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며칠 후 “교수 3인의 파면 재고의 여지없다”는 성명과 배후조종자로 밝혀진 교수 7명이 학교에 재등장한 것이다. 학생들은 만장일치로 교수 7인의 수업을 거부하기로 결정하였고 교수단도 교수 7인과 함께 강당에 설 수 없다고 성명하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대표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11월 16일 아침 학생대표 문과대 학생 정부회장·국문학과 회장 등의 제적을 공고하였다. 이에 16일 오전 10시 학생들은 총회를 열고 원일한 총장서리와 사우어 이사장의 책임 추궁·학생 3인의 퇴학철회·원일한·사우어의 본국 소환 등 미 국무성에 보내는 메시지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원 총장서리의 집으로 향한 것이다. 그런데 행방을 감췄다는 소식에 결국 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은 물론 큰 과오이다. 우리 연세인 4천명은 이에 대한 처벌을 모두 감수할 것이다. 그러나 분노의 거센 불길을 점화한 자가 누구인가 묻고 싶다. 우리의 요구는 내면적 본질의 요구이며 우리는 가면적 도덕의 속박에 반항하여 가치의식을 찾는 지성인이기 때문이다.
3대를 한국의 종교교육사업에 바친 원 씨 일가에 배은(背恩)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운영에서 독단과 편견·결함이 있다면 민주적 방법으로 개선하여 연세를 무궁한 발전의 터전 위에 세우자는 것뿐이다. 이것은 혁명을 치른 학생들의 사회변혁에 따른 학원 내 변혁의 일단으로 정당한 요구이다.
연세대 영문과 한형수 출처 : 『조선일보』 1960. 11. 23 조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