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주메뉴 바로가기

글자 크기 조절

크리스찬아카데미, 「어린이 헌장」 재검토 모임 개최

1923년에 제정되어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해 온 지 올해 50회. 이날을 맞아 각계각층이 벌일 어린이날의 다채로운 축제를 앞두고 크리스찬아카데미는 2일 「어린이 헌장」을 재검토해보는 대화 모임을 가졌다. 30명이 모인 이날 대화에서 어린이 헌장은 추상적이며 형식에 치우친 것임이 지적되었고 알기 쉬우며 보다 충실한 것으로 보강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어린이 헌장의 이념이 오늘의 가정, 학교, 사회에서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이날 대화 모임에서 가정측면을 다룬 이동원 교수(이화여대 사회학)는 가정의 물리적이며 일반적인 환경과 인간적인 면에서 본다면 어린이 헌장 실천은 완전 낙제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이효재 교수와 공동으로 조사한 바 있는 도시빈민 가족문제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빈민지역의 어린이는 변소 하나 없이 길가에 방치되어 있는 상태였고 소외되어 있는 어린이로서의 부랑아, 고아 등의 가정부재는 참담한 현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 일반사회는 중류 이상 가정을 지닌 어린이에게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며 중류, 상류의 환경 속에서 사는 어린이는 그들의 기본욕구마저 상실당한 채 거의 부모의 손에 의해 ‘가꾸어’지고 있을 뿐. 또 도시 어린이는 자연과 유리된 생활에서 살고 있고 대부분이 욕구상실증에 젖어 있다는 것. 어린이들은 애정결핍 또는 애정과잉이란 개인결핍상태의 두 형태로 나뉘어지며 남을 사랑할 줄도 모르는 어린이로 성장되고 있다. 그들에게 혼돈을 일으키는 효에 대한 개념과 현실성의 모순, 스승과 부모로부터 이상형을 찾을 수 없다는 비극은 그들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학교에서의 어린이 헌장은 어떠한가. 어린이 헌장을 항목별로 비교 검토한 성래운 교수(연세대 교육학)는 특히 제1항에서 “인간으로서 존중하여야 하며”는 실현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7세 이하의 어린이는 한 사람의 몫으로 여기지 않고 단지 인간 후보생으로 간주되기 일쑤라는 것. 이날 대화를 통해 네 가지 문제가 집중 제기되었는데 ① 모델로서의 부모와 교사 문제 ② 어린이 개성의 존중과 창의력을 포함한 학교와 가정의 지도 ③ ‘악용’의 실례를 고발 ④ ‘헌장’ 자체에 대한 개선문제 검토 등이다. 이날 모임의 결과 앞으로 어린이를 위해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가 주목된다.『동아일보』 1972.5.4.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