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주메뉴 바로가기

글자 크기 조절

기독학생총연맹(KSCF), 새 가치관 확립 토론

대학가의 고질적 문제들을 고발하고 대학의 건전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학생논단 ‘신문고(申聞鼓)’(한국기독학생총연맹 주최)가 ‘대학은 죽었는가’라는 주제로 15일 기독회관 강당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연사들은 오늘의 대학들은 스스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올바른 대학의 가치관 정립을 위해 정부, 교수, 학생 모두가 새로운 대학관을 갖도록 호소했다. 대학의 일반적 병폐를 다룬 안병무 교수(한신대)는 대학과 정부와의 관계를 중시, “대학은 가치관을 확립하고 정부는 대학에서 형성된 가치관을 수행해 나가는 임무를 맡아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대학이 무력해진 나머지 정부가 대학의 가치관까지를 설정하고 수행함으로써 대학이 정부의 시녀적 위치를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은 죽었는가’라는 물음 속에는 대학 자체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하고 ‘대학 스스로가 대학 고유의 자유를 누릴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고 정부가 판단하므로 정부와 대학의 불협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불신임은 일반사회에도 팽배, 대학을 진리탐구의 전당으로 보지 않고 일반사회의 축소판으로 간주하고 있는 실정임을 강조했다. 사회와 대학의 담이 완전히 무너진 오늘날 “대학이 사회현실에 참여해야 한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본연의 임무인 진리 탐구의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무엇보다 급한 오늘의 대학 사명”이라고 말한 안 교수는 “상아탑의 파수꾼은 바리케이드나 힘이 아닌 아카데미즘으로 대학을 불신하고 그 권위를 인정치 않으려는 사회에, 또 정부에 대응, 새로운 지식, 새로운 가치관의 상아탑 구축에 노력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학생의 입장에서 교수의 위치를 다룬 나상기 군(숭전대 경제과 3년)은 “교수는 전통과 권위에만 얽매여 있으며 학문의 자유가 없다고만 불평하고 있다”고 말하고 “교단에 서서 자유를 가르치듯 행동으로 자유의 본질을 보여줄 것”을 요망했다. 그는 또 “교수는 대학 자체의 모순 속에 뛰어들어서 대학신문의 자율적 운용, 교수의 권위주의 탈피, 새로운 학풍 조성에 앞장서며 총학생회의 기능 회복과 교직원들의 자세를 고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을 주장하고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대학의 가치관 형성에 결코 학생들과 괴리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문영 교수(고려대)는 지난해 학원사태 이후 오늘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먼저 ‘학생을 살린다’는 것이 자신의 기본 의도라 전제하고 그런 점에서 지난해 학생들이의 행동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정부 자체가 잘못에 대한 개선의 노력이 있고 학생들이 아니라도 사법부 파동이나 교수자주선언 등 사회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학생들은 침체된 상황만을 맞았음을 지적하고 학생이 다치지 않게 하려면 대학생들은 대학에서 뭔가에 밀착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전략은 대학의 중립화며 이것이 대학생 스스로가 무엇인가에 밀착하려는 노력 못지 않게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학의 중립화를 위해서는 관(官)의 노력에 기대를 걸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 대해 가해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관계를 끊고 교육자 스스로에 의해 교육문제가 처리될 수 있는 자율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함을 역설했다.『동아일보』 1972.5.18.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