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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찰, 김대중 실종사건 특별수사본부 설치

김대중 실종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일본경찰은 9일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미쯔이 공안부장)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으나 현장에서 북한제 담배 한갑을 발견하고, 현장에 남아 있던 륙색이 도쿄시내 간다의 등산용품상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 2명이 지난 6일에 사간 것이라는 점을 밝혀냈을 뿐,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일본경찰은 이날 괴한들이 묵고 있던 그랜드팔레스 호텔 2215호실 경대서랍 속에서 ‘백두산’ 담배 한 갑을 찾아냈다. 평양연초공장이라는 표지가 붙은 이 담배갑 속에는 피우다만 담배 두개비가 들어 있었다. 일본경찰은 이 담배가 괴한들의 신원을 수사하는데 단서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경찰은 또 이날 2215호실과 김대중씨가 끌려 들어갔던 2210호실에서 23개의 담배꽁초를 발견했으나 그것은 세븐스타나 하이라이트 등 일본담배였다고 발표, 그것이 만약 범인들이 버린 것이라면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2210호, 2211호, 2212호, 2215호실을 세밀히 수색하는 한편, 민주통일당의 양일동, 김경인의 증언을 다시 들었으며, 호텔 종업원의 증언도 청취했으나 진술이 엇갈려 단서를 잡지 못했다. 일본경찰은 양일동과 김경인이 이번 사건의 유일한 참고인이란 점을 고려, 11일로 예정되었던 이들의 귀국을 연기하여 수사에 협조해 달라고 외무성을 통해 한국대사관에 요청했다. 한편 일본외무성의 구로다대변인은 “김대중씨 실종사건에 외국정부가 관련되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며 또 관련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일종의 미스테리이며 일본당국이 한국대사관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다.『경향신문』 1973.8.10. 1면; 『동아일보』 1973.8.10. 1면; 『조선일보』 1973.8.11.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