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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외상회담에 대한 전망, 대일재산청구권과 무상원조 일괄해결 가능성. 어로협정에도 3원칙

7일, 동아일보는 3월 12일부터 열릴 한일외상회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망하는 기사를 보도하였다. 외무부의 정통한 한 소식통은 오는 12일부터 도쿄에서 열릴 한일외상회담에서 한국의 대일재산청구권문제를 ‘청구권’과 이른바 ‘일본의 대한경제협력’을 묶어서 일괄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많으며, 어로협정의 체결은 ① 한국의 배타적인 수역 및 ② 한일공동어로수역의 설정과 ③ 일본의 어업협력의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는 또한 이러한 원칙에 따라 쌍방이 합의를 본다면 잇달아 열릴 실무자급에서 그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숫자를 정리한 후 정상회담에서 정식 조인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하고, 회담이 순조로이 진행되는 경우 실무자회담에서 조인까지의 기간을 최소한 약 1개월 정도로 본다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동 소식통은 대일청구권과 묶어서 해결되는 경우의 ‘경제협력’이란 장기저리채의 차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상원조’를 뜻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러한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일본의 국내사정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일본의 야당인 사회당이 한일회담을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의 국내사정으로서는 한국에 응당 지불해야 할 돈의 얼마를 청구권이라는 명목으로부터 ‘원조’라는 이름으로 바꾸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일본의 입장을 한국이 인정함으로써 일괄해결의 방안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원조’라는 명목의 돈이 사실은 36년간 한국을 불법강점한 것에 대한 배상의 성격을 띠는 것은 자명한 일이므로, ‘명목보다 실리’를 찾는 것이 동 회담에 임하는 우리 측의 태도인 것 같다고 전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청구권’과 ‘원조’를 합한 총액과 그 지불조건에 있다. 한국이 8억 불을 제시한 데 대하여 일본의 외무성과 대장성은 순청구권으로서 1억 불 또는 7500만 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외교소식통을 인용한 일본신문들은 그동안 1억 불에서 5억 불 선까지를 보도한 바 있다. 총액에 대한 합의가 되어 있지 않은 현재로서 지불방법에 대해서는 양측이 아직 아무런 태도표시를 하지 않고 있으나, 한국 측에서는 단기간에 현금으로 받을 것을 요구할 것 같다. ‘현금’으로 받겠다는 것은 곧 시설재를 도입하는 경우 한국 측이 선택의 자유권을 갖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외교소식통은 이번 외상회담에서는 이 지불조건문제가 또한 중요한 의제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한편 일본 측이 한일문제에 있어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어로협정문제는 그동안 실무자회담에서 논의되어 온 어족보호론에 기초를 두어 해결점을 모색하는 데 쌍방이 이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만이 어로를 하는 수역과 한일 양국이 공동작업을 하는 두 개의 수역이 설정되더라도, 두 나라는 어족보호를 위하여 상호규제하게 될 것이다. 어로협정체결에 있어 또 하나의 원칙은 일본의 어업협력 제공인데, 그 협력에는 어선의 대여, 수산물의 가공 및 냉동시설, 수산물의 판로확장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동아일보』 1962.3.7 석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