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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정당 및 각 사회단체 참여 ‘대일굴욕외교반대범국민투쟁위’ 결성 한일회담 즉각 중지 요구

9일, 민정·민주·자민·국민의 당·한독당 등 5개 정당대표들과 사회, 종교, 문화단체, 언론계 대표 및 저명인사 200여 명은 정부 여당의 대일 저자세외교를 저지시키려는 투쟁기구로서 ‘대일굴욕외교반대범국민투쟁위원회’를 결성, 한일회담을 즉시 중지할 것을 요구하고, “박정희 정권의 대일굴욕외교를 분쇄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하오 서울 종로예식장에 모인 투쟁위는 구국선언문(윤보선 민정당 대표 최고위원 낭독)과 경고문(박순천 민주당 총재 낭독)을 채택하고 투쟁위 기구를 확정하였다. 이로써 한일회담의 조기타결을 반대하는 야당의 강경태도는 처음으로 공식화됐으며, 그 기세를 전국에 파급시키려는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
투쟁위는 구국선언문에서 ① 박 정권은 한일회담을 즉시 중지할 것과 ② 대대로 한국에 해를 끼쳐온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고, ③ 3000만의 생명선인 평화선을 수호하기 위해 온 국민의 궐기를 호소했다.
투쟁위는 ‘경고문’에서 “조작과 강작(强作)으로 일관된 박정희 정권은 국제적 신의의 추락과 대내적 실정을 메우기 위해 배출구를 친일 매국외교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는 정권연장을 위한 대일 항복이며 매국외교”라고 못을 박아 공박했다. 경고문은 일본의 대한정책도 “무례하고 야심적인 세계평화에 대한 이중적 거역”이라고 비난하고, 박정희 정권에 “평화선을 수호하고 합리적인 청구권을 규정한 야당 측 대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를 묵살할 경우 국민의 분노는 박 정권의 장래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회는 한일회담의 야당 측 대안을 채택했다.
▶청구권관계 청구권 액수를 15억으로 한다. 피해배상액은 일본 측의 지불능력을 감안하고 36년간의 과거를 청산하고 평등한 위치에서 국교정상화를 이룩하는 대국민으로서 관용을 보이기 위해 계상하지 않는다. 정부 및 민간차관은 받지 않는다.
▶평화선 관계 평화선은 고수한다. 단 40마일 이내의 수역은 단독규제수역으로 하고 40마일 밖으로부터 평화선까지의 수역은 합판(合辦)기업으로서 일본어선의 어로작업을 허용할 수 있다.『동아일보』 1964.3.9 석1면, 『경향신문』 1964.3.9 석1면. 「정일형씨의 미공개 유고: 왜 박정권의 한일회담을 반대하였는가」, 『신동아』, 1984년 10월호, 269~270쪽. 이 무렵 『사상계』에서도 「한일회담의 제문제」라는 주제로 긴급 증간호를 발간하여, 한일관계의 문제점과 더불어 한일회담의 전반적 과정 및 핵심 쟁점들, 앞으로의 방향 등에 대한 지식인층의 의견을 청취하였다. 편집후기에는 이 긴급 증간호를 기획하고 원고를 마감한 것은 3·24 시위 이전인 3월 12일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기사 중 한일회담에 대해 학계, 언론계, 종교계, 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 36명에게 한일회담에 대한 앙케트를 실시한 것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일국교정상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으나, 굴욕적인 외교자세를 비롯해 그 시기, 조건, 방법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한일회담 과정에 국민 여론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강원용 목사, 김옥길 이대총장, 마실언 연세대생, 이극찬 교수, 이상은 교수, 이정규 성대 총장, 한경직 목사, 홍이섭 교수, 황산덕 교수 등), 호혜평등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진행되는 회담으로 인해 평화선 문제 등 국가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고재욱 동아일보 부사장, 김준엽 교수, 김진만 교수, 김팔봉 작가, 김행자 이대 총학생회장, 마실언 연세대생, 모윤숙 시인, 신상초 평론가, 안수길 작가, 여석기 교수, 류봉영 조선일보 부사장, 이방석 교수, 이숭녕 교수, 정정길 서울대 총학생운영위원장 등), 과거청산문제가 선행되지 않은 회담이라는 점(고재욱 동아일보 부사장, 김재준 전 한국신학대 학장, 김준엽 교수, 모윤숙 시인, 박종화 작가, 신상초 평론가, 조지훈 시인 등), 회담 타결 이후 한국일본의 경제적 식민지화될 것이라는 우려(김행자 이대총학생회장, 마실언 연세대생, 신상초 평론가, 안병욱 교수, 여석기 교수, 유치진 극작가, 임의신 서울대생, 정정길 서울대 총학생운영위원장, 황산덕 교수 등), 미국의 동아시아 질서 재편의 시각에서 한일회담을 바라보는 의견(정정길 서울대 총학생운영위원장, 정진숙 대한출판문화협회장, 홍이섭 교수 등), 한일국교정상화 후 일본의 문화적 침투를 경계하는 시각(안수길 작가, 여석기 교수, 조의설 연대 부총장) 등이 의견의 주를 이루었다. 그 밖에도 일본자금이 유입된다고 해도 현 권력층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이것이 투명하게 운용될 것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이방석 교수, 임의신 서울대생 등)도 있었다.(「왜 현 한일회담을 반대하나-앙케트 각계각층의 여론을 들어본다 『사상계 1964년 4월호(통권 133호) 130~144쪽)
구국선언문(요지) 우리는 박정희 정권의 대일굴욕외교를 더 이상 참고 볼 수가 없어 다음과 같이 명백히 선언한다.
1. 박정권은 한일회담을 즉각 중지하라.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하여 박정권의 대일굴욕외교를 분쇄하려 한다.
2. 일본은 과거를 한국에게 자랑할 것이 아니라 사죄하여야 하고 반성하여야 한다.
3. 조국은 민족정기를 부른다. 3천만의 생명선인 평화선이 수호되기는커녕 오히려 포기되는 것을 민족정기는 단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온 국민이 궐기할 때는 왔다.
1964. 3. 9.
대일굴욕외교반대범국민투쟁위원회『조선일보』 1964.3.10(최기영, 「한일협정반대선언문집」, 『근현대사강좌』 제6호, 1995, 273쪽에서 재인용)
경고문(요지) 박정희 정권은 조국에 대한 또 하나의 반역행위로써 국제적 신의의 타락과 대내적 실정을 메우기 위한 배출구를 일본정부에 대한 친일매국외교에서 찾고자 기도하고 있다.
우리들은 위급한 이 시점에서 박정권의 파괴적 통치의 집중적 표현이라고 할 대일매국외교의 즉시중지를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하는 것이며 민족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망국외교의 진상을 국민 앞에 밝혀 그 어리석음을 진사(陳謝)할 것을 최후적으로 권고한다.
박정희 정권이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국민의 의사를 묵살한다면 민족사상 또 하나의 역적칭호가 기록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며 국민의 분노는 박정권의 장래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경고하면서 새로이 우리의 정치사를 채울지 모르는 비극을 생략하기 위하여 박정권의 용단과 결심을 촉구하는 바이다.
1964. 3. 9.
대일굴욕외교반대범국민투쟁위원회『조선일보』 1964310(최기영 「한일협정반대선언문집」 『근현대사강좌』 제6호 1995 273쪽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