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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데모 주동자에 괴소포 발송 학생 측, “석연치 않다

8일, 3월 24일 한일회담반대 학생 시위의 주동자인 서울대 문리대 현승일(정치과 4년)과 김중태(정치과 4년)에게 등기우편으로 불온문서와 미화 100달러 1장이 우송되어 왔는데, 학생들은 “간첩의 짓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말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8일 하오 4시쯤 현승일은 문리대 학생과에서 표지에 ‘학술서적’이라고 쓴 소포우편물을 받았는데, 발신인이 “서울시 충무로 2가 72 대명출판사 현승웅”으로 되어 있으나 알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쩐지 불안한 생각이 들어 학생주임과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뜯어보았더니, 일본의 월간잡지 ‘강담(講談)구락부’ 5월호 한 권과 책속에 불온문서 편지 미 본토불 100달러짜리 지폐 1매 등이 들어 있었다.
동대문서에 구속 중인 김중태에게도 이날 학교로 같은 내용의 우편물이 배달되었으며, 편지에는 “일본 동경도 복도 최석두”란 이름으로 “당신의 영웅적인 투쟁을 찬양한다. 박 정권 타도에 계속 힘쓰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달러에는 각각 반월(半月)형과 원형의 조그마한 도장이 찍혀 있었다.
이 우편물은 부산시 초량우체국에서 보낸 것으로 밝혀졌는데, 편지가 배달되기 전날인 7일 낮 2시쯤엔 정치과 김영국 교수에게 “나는 일본에서 지금 막 부산에 온 사람이다. 현승일김중태 두 학생에게 전할 말이 있어 편지를 보냈다”는 이상한 전화가 걸려와 김 교수가 학교 전화교환 담당자를 통해 알아보았더니 부산에서 온 장거리 전화였다고 한다.
현승일은 “학원사찰에 철저한 수사기관에서 이런 우편물이 우리 손에 올 때까지 몰랐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하고, “수사당국은 지난 학생 데모 때의 주동학생들을 색안시(色眼視)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동아일보』 1964.4.10 석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