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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이군경회·전몰군경유족회·전몰군경미망인회 성명서 발표

7일, 대한상이군경회·대한전몰군경유족회·전몰군경미망인회한일국교정상화와 관련해 ‘우리는 한일국교정상화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제목으로 경향신문에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경향신문』 1965.7.7 석1면. 비준반대운동이 각계각층에 의해 광범위하게 전개되자 이에 대항한 비준 지지성명도 여러 단체 명의로 발표되었는데, 대부분은 관변단체였다. 이들은 한일협정이 흡족하지는 않으나, 반공적인 견지나 국제적인 고아를 면하기 위해, 또는 경제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비준을 지지한다고 밝혔다.(최기영, 「해제: 한일협정반대선언문집」, 근현대사연구소, 『근현대사강좌』제6호, 한울, 1995, 270~271쪽) 우리는 한일국교정상화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들 대한상이군경회, 대한전몰군경유족회, 대한전몰군경미망인회 백만 회원 일동은 한일국교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시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바이다.
우리는 대공전선에서 공산적과 싸우다 신체의 일부를 잃은 상이군경이며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을 멸공전선에 바친 전몰군경미망인 및 그의 유족들이나 오늘날 변천하는 국제정세는 공산적에 대항하기 위한 자유우방들의 굳은 결속을 그 언제보다도 더욱 촉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의 추이는 우리나라의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한일 두 나라가 불행하였던 과거를 과감히 청산하고 공존공영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는 국교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려는 중차대한 시점에 이 나라 정국은 여야의 극한적인 대립으로 사회적인 혼란은 일익점고(日益漸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정객들은 정파의 아집과 제멋대로 국민을 선동하여 정략의 도구로 삼으려는 불의와 추태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으니 어찌 이를 좌시하고만 있을 수 있으랴. 최근 아시아에 이어서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적인 책동으로 야기되고 있는 월남사태를 비롯한 유동적인 국제정세의 격변은 새삼 열거하지 않더라도 자유진영의 결속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을 요청하고 있음은 췌언을 요치 않는 현실이다. 더욱이 중공은 핵실험의 성공을 계기로 국제적인 지위의 향상을 꾀하고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 지역까지 붉은 손을 뻗쳐 침략의 마수를 넓히고 있는 이때 다 같이 자유진영의 일원인 한일 양국의 국교정상화는 무엇보다도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일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은 비단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전 자유세계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가가 한결같이 두 나라의 타결을 강력히 희망하는 소이인 것이다. 물론 우리는 광폭했던 지난날의 군국주의 일본에 대한 우리국민의 증오와 원한에 찬 국민감정을 결코 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역사는 변천하고 있으며 우리는 보다 현명하고 실리적이며 대국적인 관점에서 미래의 역사를 내다보는 안목을 지녀야 할 총명을 가져야 하겠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는 습성을 지녀야 되겠다. 우리는 일찍이 이스라엘 민족이 나치독일에 박해를 당하여 수없는 인명의 손실을 보았으며 두고두고 원한을 품고 외면하여 살아갈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그 두 민족은 과거의 불행을 그들 선조의 시대와 사회에게 이루어진 것으로 말끔히 씻어버리고 다시 국교를 맺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와 일본은 역사적으로 볼 때 지난 천 년을 두고 문물이 교류되고 있었으며 어느 다른 민족보다도 의식주의 생활양식에 가장 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자유진영의 일원인 것이다. 이러한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난 후 근 20년이 지난 바로 보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는 대립된 민족감정으로 국교를 정상화시키지 못했으니 이것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와 그 민족들의 무궁한 번영을 방해하는 것이었으며 나아가서는 전 자유세계의 불행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결코 우매해서는 안 될 것이며 또한 이럴 때일수록 이성의 작용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다짐해두고자 한다. 일전에 대통령 각하께서는 한일협정조인에 즈음하여 발표하신 특별담화에서 “일부 국민 중에 한일협정의 체결의 결과가 굴욕적이다 무슨 저자세 운운하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하시고 이들에게 반문하시기를 “어찌하여 그처럼 자신이 없고 피해의식과 열등감에만 사로잡혀서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을 먹느냐”고 통박하셨으며 이어 “이와 같은 비굴한 생각이야말로 바로 이것이 굴욕적인 저자세”라고 지적하셨다.
그렇다! 우리는 이와 같은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 이유는 일본이 과거의 일본이 아닌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지난날의 한국이 아닌 때문이다.
우리는 두 번 다시 그 어느 나라로부터 강압당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우유부단하는 허약자도 아닌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주체성이 확립되고 실력이 갖추어져 있다면 감히 어느 누구인들 우리를 해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우리들 일백만 회원 일동은 온 국민들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우리 국민은 혼연일체가 되어 무쇠와 같이 굳은 의지로써 민족주체성 확립에 다 같이 궐기하여 한일국교의 타결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우리들 회원 일동을 뒤따라 달라고...
1965년 7월 일
대한상이군경회장 신동욱
대한전몰군경유족회장 노완익
대한전몰군경미망인회장 김영화『경향신문』 1965.7.7 석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