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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특위에서 여야 대정부질의

8일부터 국회 한일특위는 야당 측도 참석하여 대정부질의에 나섬으로써 일단 그 심의가 본격적인 협정내용 검토로 접어들었다. 8일 오후 2시부터 두 차례의 정회를 거쳐 밤 11시 40분까지 계속된 회의에서 야당은 기본조약과 4개 협정의 분리심의를 주장했으나 여당에 의해 묵살됐다. 그러나 야당은 분리심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4개 협정을 제외한 기본조약에 한해서만 질문함으로써 분리심의를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야당 측은 ① 한일회담의 속기록, ② 김-오히라 메모, ③ 전후 일본의 평화조약 내용 등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며, 김성용(민중당), 소선규(무소속) 두 의원의 질문과 이에 대한 정부 측 답변이 있었다. 이날 질의 및 답변 요지는 다음과 같다.
김성용 의원(민중) 질의=굴욕이란 정부, 여당의 교섭자세를 말하는 것이고, 매국은 조약내용을 말하는 것이니 정부는 굴욕, 매국이 아닌 것을 증명하라. 한일협정은 ‘힘의 철학’이 작용한 듯 일본의 강요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은데, 왜 기한을 붙여 조인했나. 일본인들마저 매국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본조약 외는 영어본이 없는 데다 특히 분쟁해결에 관한 교환각서가 영어본이 없음은 분쟁해결을 국제재판소에서 않고 조정에 의해서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기 곤란하다. 주권, 영토, 인민, 재산 중 아무거나 중요한 손실을 가져오면 매국이다. 정조인이 끝난 지 겨우 1개월인데 비준을 서두르는 이유는? 애국심은 최루탄과 경찰봉으로 못 막는다. 김-오히라 메모와 교환서한을 공개할 용의 없나. 1910년 8월 22일 이전의 조약을 구체적으로 밝혀라. ‘올레디 눌 앤드 보이드’에 대해 우리는 ‘원초부터 무효’라고 해석하지만 일본 측은 ‘샌프란시스코조약으로부터 무효’라고 해석하고 있다. 유일한 합법정부란 당연한 것인데 영토규정은 없이 공연히 명문화함으로써 그 외의 정부도 있을 수 있는 여유를 두게 돼 벌써부터 일본은 대북괴 접근을 하고 있다. ‘분쟁해결각서’가 독도도 포함되나. 영토규정이 없어 어업협정에도 영향을 줬다. 평화선이 영해가 아니면 우리 영해선포를 했나. 또 영해는 어디까진가. 영해선포 없이 평화선 선포를 한 건 영해의 속성을 부여한 게 아닌가. 원 장관은 ‘인접해양에 관한 제네바협정’을 국제법이라고 하지만 아직 관습화 안 됐고 스스로 구속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소선규 의원(무소속) 질의=정치방학까지 해서 비준을 서두는 이유는 뭔가. 여야가 서로 생명을 걸고 싸울 필요가 뭔가. 국민여론조사특례법 같은 걸 만들어 활로를 열 용의는? 평화선은 미국 패턴과 남미 패턴 중 어디에 속하며 국제적으로 어떤 게 통용되고 있나. 평화선은 구 민국당에서 반대해서 어족자원보호법을 당시 상공위원장이던 내가 1년이나 깔고 뭉갰었다. 청구권의 법적 근거와 액수는 얼마인가.
김성용 의원 질의 보충=국제법은 대국 간에 이해관계가 얽힌 것인데 왜 약소국인 우리가 국제모범생이 되어 평화선을 포기하려 하나.
정일권 국무총리 답변=매국이란 당치도 않다. 평화선이 영해라면 어떻게 자유항행과 수정가능을 인정했나. 어족자원보호법에도 주무장관 허가가 있으면 외국의 어로를 인정토록 돼있다. 매국여부는 국회에서 결정하라. 영토를 판 적도 없고, 돈을 준 것도 아니다. 서두는 것은 조인된 걸 곧 국민에게 공개하기 위한 것이니 국회에서 결정하되 정부로선 국회에만 신경을 쓰다 행정이 마비상태고 2차 5개년계획도 있어 조속처리를 희망하는 것이다. 일부 반대는 각오했다. 협정내용에 대해서는 벌써 국회, 국민대회, 언론 등에서 충분히 논의됐다고 본다.
이동원 외무장관 답변=우리 정부는 못 믿고 우리의 영토를 일본 측의 확인만 받으라는 건 독선적이며 용납 안 된다. 한일협정은 강요된 게 아니고 상호평등한 교섭을 통해 이룩된 것이다. 제3국어는 필수가 아니고 편의적인 것이다. 3국어가 있어도 분쟁은 있다. 일본어본에 조선이라고 표기한 건 일인의 한반도에 대한 지리적 용어이기 때문에 쓴 것이다.
문덕주 외무차관 보충 답변=일본에서 조선이라고 표현한 건 한반도라는 적극적 표현이다. 청구권 법적근거는 8개 항목을 제시한 바 있으나 액수로는 제시된 바가 없다.
원용석 무임소장관 답변=평화선을 선포했을 때 미국의 반발은 굉장했다. 약소국가는 오히려 국제법의 혜택을 입는다고 본다. 우리도 힘만 세면 일본처럼 영해를 3마일로 하고 대결했으면 좋을 테지만……. 제네바협정이 관습화 안 됐다 해도 결국 한일 간에 분쟁이 생기면 국제적 심판을 받게 될텐데 미리 저촉 없이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비준 후 곧 영해 즉 ‘내수관세수역’ 등을 선포할 계획이다. 평화선은 남미 패턴이며, 미국 패턴이 세계적으로는 통용되고 있다.
민복기 법무장관 답변=비준에 관한 ‘국민여론조사특례법’은 위헌이 돼서 불필요하다.

야당 측 질의와 정부의 답변이 있기 전 정부 측은 그 전날 공화당 의원들이 벌였던 질의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충 답변했다.
이동원 외무장관 보충 답변=“‘Null and Void’라는 것은 당초부터, 원초부터” 무효라는 게 정부 측 해석이다. ‘유일한 합법정부’를 명문화함으로써 대한민국 외는 여하한 정부도 한반도엔 있을 수 없음을 규정했다. 북괴는 물리적 현상으로서 있을 뿐 법적으론 단순한 괴뢰집단이다. 협정 폐기 않는 한 일본의 대북괴 외교영사 및 대표부 설치는 불가능한 것이다. 한일협정 비준돼도 대통령선언, 어업자원보호법은 엄존한다.
원용석 무임소장관 보충 답변=국제법상 영해는 3마일로 돼 있다. 지난해 4월 정일형 씨도 12마일이면 반대 않겠다고 했다. 기선저인망과 트롤어선 금지구역선은 그대로 엄존한다.『동아일보』 1965.8.9 석1면, 『경향신문』 1965.8.9 석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