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자 및 광복군 동지, 한일협정비준 관련 성명서 발표
오랜 일제의 폭악무도한 압제와 착취에 시달렸던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볼 때 또한 국제정세로 미루어 볼 때 찬반양론으로 갈려 전 국민이 소용돌이치는 것도 당연한 반향이라 할 것이며 그만치 신중과 냉철을 기한 처결(處決)의 요구이기도 한 것이다. 차제 우리는 비준을 둘러싼 근간의 사태를 우려하여 주시치 않을 수 없다. 국회가 이성을 잃고 폭력사태를 빚어 국민이 정치인을 불신하고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풍조가 과연 국리민복을 위하는 참다운 것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찬반으로 대립하는 민주사회의 생리가 당연함과 같이 또한 이해와 설득을 통하여 타협하고 협조하여 참답게 국가이익을 지켜나갈 줄 아는 국민만이 가열(苛烈)한 국제경쟁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며 입법부나 정부 여야당과 사회가 현재와 같이 난맥을 드러내는 한 국제적 위치의 위신은 저하될 뿐이고 민족주체성의 결여와 역량의 과소를 노출시킬 뿐 그 무슨 소득이 올 것인가?
비준 찬반은 순수한 민족적 이해에 직결되는 냉철한 입장에서 하여야 이 민족의 위대한 잠재역량이 이러한 중대한 고비를 가장 훌륭하게 극복하였다는 사실을 후손에게 남겨야 할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당의 이익을 위한다든가 정권욕에 아전인수격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후일 역사는 무엇이라 기록될 것이며 자손만대에 죄악을 어찌 씻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조인된 협정내용에 대하여 만족할 수 없는 조문을 발견한다. 국제정세와 외교 교섭상 난점이 우리의 욕구와 주장대로 되어 주리라고는 믿지 않으나 다소의 불만과 소루(疏漏)를 지적하고 싶지만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이 마당에 한사저지와 결사강행이란 극한사태를 지양하고 안목을 넓게 세계로 돌려서 냉정한 처리를 모색하길 바란다. 인접국과 적대하는 감정만으로 강성해가는 그 나라와 대치해 나갈 것인가?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민족주체성 확립과 남보다 수배를 더 각고면려하는 잘살기 위한 노력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우리의 뜻을 천명하는 바이다.
끝으로 우리 동지들은 한일협정비준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대결이 과연 국리민복을 주안으로 어떻게 처결할 것인가를 예의 감시할 것이며 더 나아가 앞으로 일본국이 국제신의를 얼마만큼 준수하여 우리나라와 국제적 협조를 수행하는가를 항일독립정신의 눈으로 감시할 것임을 선언해 두는 바이다.
독립운동자 및 광복군 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