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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거리의 연와투쟁, 6.10민주항쟁을 예고하다
1987년 5월 8일, 연세대 도서관 앞에서 서울지역 총학생회와 학생들은 '서울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서대협)' 발족식을 가졌다. 서대협은 산하에 4.13호헌철페투쟁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상설투쟁조직으로 '호헌철폐와 민주쟁취를 위한 서울지역학생협의회(서학협)'를 설치했다.
서대협은 5월 대동제 기간 동안 5.18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정권에 대한 학내외 선전활동을 강화하고, 서학협을 통해 4.13호헌철폐 투쟁의 수위를 점차 고조시키는 계획을 수립하고 5월 18일부터 23일까지 5.18주간으로 선포하고 각 대학별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었다.
1986년 건국대항쟁으로 정세는 더욱더 엄혹한 상황에서 군사정권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서대협과 서학협은 대규모의 비폭력 평화시위를 계획하고, 각 대학별로 학생활동가들의 비장한 결의를 모아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것은 5.18주간의 마지막날인 5월 23일, 민통련이 파고다공원에서 주최하는 '광주민주항쟁 7주년 범국민 민주영령추모대회'에 참석하고, 종로2가와 종로3가 사이에서 연와투쟁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5월 23일, 광주희생자들의 눈물이 하늘에서 내리듯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학협의 주도 하에 1천여 명의 학생들은 비 내리는 종로 거리의 아스팔트에 옆 사람과 팔짱을 끼고 드러누워 연와투쟁에 돌입했다. 학생들은 전원 구속을 각오하고 투쟁을 결단했다. 시위에 나오기 전에 부모님과 친구, 후배들에게 마지막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시위대의 중추는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을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자 경찰은 무자비하게 발길질과 주먹질을 했고, 누워있는 사람들 위로 사과탄을 던졌다. 학생들의 머리, 어깨, 다리 위로 방패날이 날아들었다. 지켜보던 시민들이 보다 못해 말리기 시작했고, 학생들을 응원하면서 경찰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동시에 거칠게 항의했다. 연행되던 일부 학생들이 시민들에게 구출되기도 했다. 돌멩이도 화염병도 들지 않은 맨 몸으로 경찰의 폭력을 견디고 끌려가며 ‘독재타도’를 외치는 의연한 모습에 시민들은 감동했고, 그 기억을 가져갔다.
‘호헌철폐’, ‘민주쟁취’ 라는 철저히 대중의 정서에 각인된 구호와 ‘연좌 • 연와’ 로 일관한 비폭력 결사저항의 투쟁 방식은 1987년 6.10민주항쟁의 일반 시민의 참여를 가능하게 했고, 대규모 시민항쟁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 6.10민주항쟁의 예고편이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