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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양심 - 이문옥 감사관의 공익제보
1990년 5월 11, 12일 이틀간 <한겨레신문> 1면에 23개 대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실태가 업계 로비에 밀려 감사가 중단됐으며, 이들 재벌 계열사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비율이 은행감독원이 발표한 1.2%보다 훨씬 높은 43.3%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로 인해 재벌 기업의 땅 투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러한 사실을 <한겨레신문>에 제보한 감사원 이문옥 감사관을 1990년 5월 15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구속했다.
이 감사관은 89년 8월, 23개 재벌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에 관한 과세실태 감사반 반장으로 감사를 실시하던 중 14일 뒤 감사중단 지시를 받았다. 이 감사관은 그때까지 감사자료를 토대로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사본 1부를 보관해 오다 <한겨레신문>에 제보를 했다.
"감사를 실시함에 있어서 성역이 있어서도 안되고, 대통령도 형식적으로는 성역없이 감사를 수행하도록 수시로 지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역이 많이 있었고 성역은 날이 갈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더욱 넓어지고 있어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할 감사원 공무원으로서 죄송하고 역사 앞에 죄를 짓고 있다는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이문옥 감사관이 제보를 결심하면서 18년 동안 몸담아왔던 감사원에 대한 평소 생각을 쓴 메모 중)
이 감사관 구속을 둘러싸고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적용범위와 언론자유보장 등을 둘러싸고 큰 논란이 됐다. 평화민주당 등 야권은 이 감사관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국회 차원에서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정부가 재벌의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양심적인 공무원을 구속시킨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 감사관의 석방과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보유 실태 전면 공개 등을 촉구하는 등 범시민운동을 전개했다. 이 감사관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으며 성금이 줄을 이었다.
이 감사관은 5월 23일 열린 구속적부심 심리에서 "1987년 대통령 선거와 88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서울시가 시예산에서 88억원을 정보비 명목으로 불법 지출,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청와대나 재벌기업을 통한 압력으로 감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25일 구속적부심 청구가 재판부에 의해 기각되자 이 감사관을 기소했다. 6월 30일 서울 형사지법은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의 우려가 없고 이번 재판이 역사에 남을 중요한 재판인만큼 증거조사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보석을 허가했다. 7월 13일 이 감사관은 보석허가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가 기각됨에 따라 수감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공익제보로 인해 이 감사관은 파면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감사원은 이 감사관이 구속되자 5월 26일 직위해제 조처를 한 뒤 총무처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정부는 12월 27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감사관을 파면했다.
이 감사관은 그의 제보가 사회의 공익을 위한 정당한 것이었다는 판결을 받고 복직하기까지 6년동안 법정투쟁을 벌였다. 1996년 5월 10일 대법원에서 업무상 비밀누설죄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11일 파면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했다.
그의 제보 이후 조직 내부의 비리나 부정을 고발하는 사람을 호칭하는 ‘내부고발자’ ‘공익제보자’라는 용어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