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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생들, 서울대학교 지도휴학제 반대시위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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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도피한 김지석을 포함하여 유종일(경제학과 3학년), 김명인(국문학과 3학년), 황재홍(사범대학 지리학과 3학년), 장훈열(법학과 3학년), 이계성(정치학과 3학년), 노현설(체육학과 2학년), 조영옥(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 3학년) 등 서울대학교 학생회가 「학원민주화 투쟁선언」 및 「강제휴학생들이 보내는 글」 등을 발표한 후 서울대학교 학생 300여 명이 ‘강제휴학명령권’을 부여한 학칙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반대시위로 노현설(체육학과 2학년), 조영옥(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 3학년) 등 5명이 구속되었다. 「강제휴학생들이 보내는 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Ⅴ) , 1987, 1939~1940쪽;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속의 횃불』 제3권, 카톨릭출판사, 1996, 521쪽, 568쪽; 「학원민주화 투쟁 선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Ⅳ), 1987, 1687쪽, 1937쪽.「학원 민주화 투쟁선언」
일찌기 식민지 민족운동사에 유례없이 찬란한 빛을 발했던 우리의 학생운동의 전통은 이제 다시금 그 영광의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3.1운동, 6.10만세운동 등을 통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그 끈질긴 역량은 4.19를 통해 첫 번째의 반민족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이제 오랜 동안의 투쟁을 거쳐 제 2의 반민족 정권인 박정희 독재정권의 타도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모든 후진민족의 역사적 과제가 그러하듯 우리 민족 근대화 백년과제는 반제·반봉건 투쟁이었으며, 모든 후진국의 대학이 그러하듯 우리의 대학도 그러한 과제를 자기의 것으로 하지 않는 한 결국 밖으로 외세에게 자기 민족을 팔아넘기고 안으로 자기 민족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매판세력의 온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현 정권은 그러한 대학을 ‘민족의 대학’으로 호도하고 있다. 저들이 말하는 민족이란 무엇인가? 식민지 · 신식민지 세력에 의한 그 오랜 착취와 수탈로 신음하는 빼앗긴 민족을 말하는가? 그 외세에 유착하여 끊임없이 살쩌가는 소수매판 독점재벌과 소수 독점관료들에 의한 제 민족으로부터의 억압과 소외로 병들어가는 쇠잔한 민족을 말함인가? 그들 반민족 세력에 의한 가증스런 조작과 기만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흔들리는 억업된 민족을 말함인가? 그렇다면 그 ‘민족의 대학’은 ‘민족 위에 군림하는 대학’이란 말로 바뀌어야 옳다. 우리가 배우는 학문도 민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저들이 베푸는 조작적 교육과정을 통해 지배와 억압의 기술을 배우고 있으며 저들의 음험한 야욕에 의해 지배의 학문과 지배의 이데올로기를 주입받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족의 대학은 호사스런 대학의 건물에는 없다. 소시민적 안일주의에 빠져버린 교수들의 죽은 언어와 그들이 읽어주는 죽은 활자 속에도 없으며 기득권 유지와 계층 상승을 위한 오도된 몸부림의 열기로 가득한 도서관에도 있을 수 없다. 진정한 민족의 대학은 우리 민족이 백년이 지나도록 해결해 내지 못한 반제·반봉건의 과제 해결을 위한 기나긴 투쟁에 어렵게 몸바쳐온 우리 민주학생들의 뜨거운 가슴마다에 꿈틀거리고 있을 뿐이다.
학우여! 분노와 열정으로 들끓는 가슴을 잠시 쓸어내리고 우리의 당면 현실을 직시하자! 우리 민족사의 당면 과제가 민족모순의 진원지인 현 파쇼 독재정권과 매판적 독점재벌의 타도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관료독점 자본체제는 외세와 결탁하여 자기 민족을 착취함으로써 그 부를 확대시키고 그를 통해 얻어지는 모든 특권과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조작과 기만으로, 또 한편으로는 억압과 탄압으로 근 20년간을 자기 민족을 목졸라왔으나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며 그에 따라 현 단계의 모순은 극대화되기 마련인 것이다. 이제 이 나라의 누가 그들의 ‘총화’가 자기들에 대한 절대다수의 민족성원의 일방적 종속을 의미하며 그들의 ‘총력안보’가 자기들이 누려온 온갖 특권과 이익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안간힘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저들은 이제 반민족의 도를 넘어 탈 민족적인 능력으로서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대학을 보라!
저들에게 대학은 자기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지배세력을 훈련시키는 고급 병영이거나 아니면 자기들의 반민족적이고 반민주적인 파쇼 통치에 반대하고 저항하고 투쟁하는 우리 민주학생들을 궤멸시켜야 할 생사를 건 싸움터이거나 하는 두 가지 의미밖에는 가지지 못한다.
지금 대학에는 명백히 대립하는 두 개의 세력이 대치하고 있다. 그 하나는 학생들의 제반 활동을 간섭, 통제하기 위하여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본부상담실, 그 산하기관으로 형사들이 상주하고 있는 각 대학 행정실, 가히 깡패집단이라 할 수 있는 수백 명에 달하는 형사기동대, 밤이나 낮이나 군화발소리 높게 억압의 폭력을 키우는 전투경찰대, 그리고 학내의 위화감을 더욱 조장시키는 푸른 모자의 행정직원들로서 그들에게는 학원을 병영화하고 모든 학생자치활동을 재정적 · 체계적으로 종속시키는 ‘학도호국단’ 이라는 괴뢰집단이나 학칙을 마음대로 개폐하여 대학의 주체인 학생들의 권리를 마음대로 유린하며 교수들의 어용화를 심화시키는 ‘교수협의회’ 등 제도적인 무기를 비롯하여 수많은 탄압기구를 그 무기로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또 하나는 학생회, 대의원회 등의 자치기구를 강탈당하고 대학신문, 학보 등 언론기관을 철저히 봉쇄당하고 있으며 각종 자치 서클의 자율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우리 민주학생들이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맨주먹과 맨가슴뿐이다. 맨주먹 속에는 쓰러지면 일어서고 쓰러지면 또 일어서온 운동의 불굴의 의지가 응어리져 있으며 그 오랜 동안 피맺혀온 우리의 인내와 고난이 쥐어져 있고, 그 맨가슴 속에는 우리 반만년 민족사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뜨거운 열망이 구비치고 있는 것이다.
저들이 지금 대학에서 행하고 있는 단말마적인 작태는 누구의 승리를 의미하는가? 저들은 우리 민주학우들이 가지고 있는 민주역량의 내면적 성숙의 외현과정으로서 나타난 최근의 빈번하고 자발적인 학원사태에 허둥지둥 갈피를 못 잡고 저들의 전가의 보도인 처벌권을 무분별하고 기계적으로 행사함으로써 그들이 몰리고 있으며, 이른바 문제학생이라는 이름의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진 민주학생들을 ‘지도휴학제’ 라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학교에서 강제로 내몰음으로써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교육받을 권리를 전면적으로 부정함은 물론, 일제말의 저 유명한 ‘사상범예비검속령’ 을 재현하려는 음험한 기도를 하고 있다. 한 사회 내의 핵심적 모순이 노정을 재촉하는 것이니 저들은 이제 그 모순과 혼란의 악순환을 거쳐 이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자! 민주학우여! 십구 년 전 우리가 눈물을 머금고 거두어야 했던 피에 젖은 깃발을 다시 세우자! 정의의 맑은 목청을 가다듬고 마지막 결전의 장으로 나아가자. 모순의 가지 끝에서 흔들리는 창백한 고민을 벗어버리고 모순의 뿌리로 나가자. 대학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실존의 장일 수 없으며 민족 전체의 역사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한계상황을 극복하려는 실질적 몸부림도 아니며 견디다 못해 터져나오는 최후의 양심선언도 아니다. 이것은 너무나 명백한 민족의 공적(公敵)에 대한 정정당당한 선전포고며 역사 속에서 거리낌 없는 자유로운 삶의 과정일 뿐이다.
이제 침묵은 죄악일 뿐이다. 교수들이여! 당신들의 그 오랜 침묵의 시간을 우리는 처음엔 존경과 믿음으로, 나중엔 이해와 동정으로 기다려왔다. 그 오랜 기다림이 분노와 적의로 터져나오기 전에 어서 이 장엄한 역사의 대열에 뛰어들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농민은 땅을 잃었다. 노동자는 일터를 잃었다. 학생들은 학교를 잃었다. 국회의원들조차도 의회를 잃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당신들은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과연 당신들은 무엇을 잃었는가? 나오라! 어서 나오라! 이 역사의 광장에서 함께 목놓아 정의를 외쳐 부르자! 어깨 걸고 춤추며 마음껏 진리의 이름을 외쳐 부르자!
한걸음 한걸음 적으로부터 민족의 대학을 탈환해야 한다.
한걸음 한걸음 적으로부터 배달겨레의 삶의 터전을 탈환해야 한다.
억압과 기만의 긴 밤을 달려온 학우들이여!
승리의 여명이 동터 오른다!
행동강령
1. 우리는 소위 ‘지도휴학계’ 가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 투쟁한다.
2. 우리는 부당징계가 전면적으로 철회될 때까지 투쟁한다.
3. 우리는 나아가 대학의 자주성 회복과 민주화 완수를 위해 최후의 일인까지 투쟁한다.
4. 우리는 이 투쟁에 교수들의 전적인 참여가 있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5. 우리는 이상의 강령을 실천하기 위하여 우선 축제기간인 10월 22일 오후 1시 도서관과 학생회관 사이의 계단에서 전 학생, 전 교수의 만남의 시간을 갖고 그 자리에서 고병익 총장을 통하여 지도휴학제 폐지와 부당징계 철회, 그리고 그간의 물의에 대한 사과를 듣기로 한다,
「강제 휴학생들이 보내는 글」
좌절과 고난으로 점철된 민족사의 현장에서 피어린 절규로써 자유와 정의를 증언해 온 민주학우여! 언제나 시대적 모순을 자기의 것으로 하여 고민하는 참된 지성의 모습을 대변해온 우리 서울대인이여! 우리의 자유와 민주에 대한 열망이 고조될 때마다 우리는 우리를 억압하고 기만해온 정부와 학교 당국의 저열하고 반이성적인 획책에 의해 분루를 삼키어야 했다. 최근 들어 현 체제의 모순이 극대화되어 감에 따라 모든 양심적인 국민들의 비판의 소리가 높아가고 그 양심의 보루인 대학에서 학원사태가 빈발하자 저들은 다시 한 번 그 탄압의 칼을 높이 들어 대학의 마지막 양심을 축출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학생보호라는 허울을 쓴 ‘강제휴학명령권’ 의 발동인 것이다. 우리는 이 악의에 찬 단말마적 타격에 선의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로서 이 조처에 대해 단호한 투쟁의 깃발을 드는 것만이 대학을 지키는 신성한 의무임을 절감하고 감히 전 대학인에게 이 선언을 고하려 한다.
한 세기 동안을 외세와 그에 결탁한 봉건적 지배세력의 시달림 속에서 고통받아온 우리 민족에게 바로 그 지배세력에 의해 설립된 대학이 갖는 의미는 남다른 것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의 민주화 없이는 나라의 민주화도 있을 수 없고 대학의 자유화 없이는 전민족의 자유 역시 요원한 것이다. 따라서 부정한 정권을 연장하고자 하는 반민족적 지배세력들은 모두 대학을 잠재우는 데 앞장서왔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현 정권이 행해온 학원자유 말살을 위한 끊임없는 기도를 보라! 민주학생들의 평화적 시위에 휴교·휴업·위수령·비상계엄령·긴급조치 등의 법령을 남발하고 학원에 경찰·형사대·전투경찰대는 물론 무장군인까지 진주시켜 학원을 전장화해 왔으며, 정당한 요구에 정당하게 참여한 다수의 학생들을 정학·제명·제적 등의 학사징계는 물론 연행, 구속 등으로 범죄자 취급을 하고 이 사회에서 발붙일 곳을 잃게 하였다. 이러한 극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확대일로에 있는 대학의 민주역량에 공포감을 느끼고 저들은 이제 대학체제 자체를 학도호국단이란 통치체제로 재편성하고 자의적으로 학칙을 변경시켜 대학을 억누르려는 파쇼적 책동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나 민족의 모순이 아직 뿌리 깊고 그 해결을 원하는 민족 전체의 뜨거운 열망이 또한 맥박치고 있는 한 우리의 대학은 탄압이 극렬해지면 해질수록 비판의 칼날을 예리하게 갈고 그 실천의 힘을 다져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승리는 확실하다! 저들은 이제 대학의 타오르는 민주 염원을 식힐 능력이 없다. 최근에 가해지는 부당징계와 이른바 ‘지도휴학제’ 라는 위헌적 학칙개정은 바로 저들의 무능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간 각 대학 각 과에서 학생들의 자주적 집회를 통해 명백히 결집된 반대의사와 대다수 교수님들이 갖는 회의적 태도는 ‘지도휴학제’의 부당성을 실증해주고 있다. 도대체 대학에서 학생과 교수가 다 같이 반대하는 일이 왜 일어나야 한단 말이냐? 도대체 대학에서 누가 누구를 내몰고 있는가? 우리의 선배들은 자신의 양심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대학을 떠나갔다, 그러나 이제는 단지 양심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학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 조치는 자유와 정의와 진리를 사랑하는 모든 대학인들에 대한 적대행위에 다름 아니며 대학의 본질을 부정하는 지배세력이 모든 비판적 지성에 가하는 정치적 연금이며 보복인 것이다.
대학에 가해지는 이러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여 우리 ‘지도휴학 대상자'들은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천명한다.
우리는 이번 조치를 저들의 기나긴 학원탄압에 매듭을 짓는 최후의 작태로 규정한다. 또한 이번 학칙개정 과정에서 드러난 현 고병익 체제의 한계를 학우들에 고발하고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학원민주화에 대한 철저한 반동성을 규탄한다. 우리는 이 악랄한 조치를 승복 · 용인함이 바로 그들 범죄의 공범자가 되는 것임을 확신하며 그 거부를 위하여 어떠한 고난도 불사한다.
학우여! 교수님들이여! 우리는 여러분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공부하고 함께 대화하고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통한의 제도가 우리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고 말았다. 우리가 갈 곳은 어디인가? 울분을 짓씹으며 괴로운 몸을 누일 교도소의 찬 바닥뿐인가.
학우여! 어디까지, 언제까지 물러서고 있어야 하는가. 다 함께 걸연한 각오로 학원자유, 학원민주의 길로 나아가자.
교수님들이여! 당신들의 학자적 양심이 조직화될 때에 발휘될 큰 힘을 우리는 기대한다.
1979년 10월 19일
서울대학교 학생회
분류
민주화운동 / 학생 1979-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