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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회복을 위한 기도회
1974년 12월 1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과 한국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집전한 '인권회복을 위한 기도회'가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이날 저녁 서울 부산 인천 춘천 원주 대전 전주 광주 마산 제주 등 전국 13개 교구에서 6,500여 명의 교직자,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서울 명동성당의 기도회는 저녁 6시에 2,500여 명의 신부 수녀 신도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수환 추기경의 집전으로 열렸다. 이 기도회에는 김대중, 이희호 부부 등이 참석했다.
김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정부여당이 유신체제만 살길이고 개헌주장은 좌시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이 시국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개헌을 주장하는 인사들을 반정부인사로 몰지말고 이들도 조국의 안정 번영 평화를 위해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이 난국을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이 기도회에서 사제단은 '우리의 인권주장'이란 선언문을 발표했다.
1. 부정부패는 일소되어야 한다. 2. 중앙정보부는 해체되어야 한다. 3. 구속인사 203명은 전원 석방되어야 한다. 4. 근로자의 노조구성과 가입할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5. 민주회복과 구속인사 석방을 요구하는 교수, 변호사, 성직자들에 대한 박해를 중지하라는 등 6개항을 요구했다.
인혁당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구속중인 전창일의 아내 임인영은 인혁당 관련자들을 공개재판을 통해 납득할만한 죄를 받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밤 8시 명동성당 앞 성모상 동굴 앞에서 2부 기도회가 열려 민청학련사건으로 구속된 김윤의 언니인 김영과 김학민의 아버지 김윤식 등은 긴급조치로 구속된 학생들이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인권유린의 현실을 폭로했다. 인혁당사건과 관련하여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구명운동을 비롯한 인권문제와 민주화운동 지원 등 한국 정부에게 눈엣가시 같은 활동을 하다가, 12월 14일 강제추방을 앞둔 조지 오글 목사도 이 기도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나오지 못하고, "한국에서 선교생활을 한 사람을 예수의 뜻을 따랐을 뿐 정치적 사회적 욕망을 가진 적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성명서를 써 보냈다.
아래는 사제단이 발표한 '우리의 인권주장 6개항'의 전문이다.
우리는 이 땅의 인권문제에 대한 가톨릭의 관심과 결의를 모아 다음과 같이 최소한의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1. 부정과 부패는 국민의 인권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부정과 부패는 권력과 국력의 강약에 따라 인권이 차별적으로 대우됨을 의미한다. 부정과 부패는 국민총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암적 존재이며 동시에 동등한 인권의 발양을 가로막는 사회적 악조건이다. 부정과 부패의 일소가 곧 정부의 약화를 결과하는 것일지라도 국민은 부정, 부패의 일소를 강력히 촉구한다.
2. 서울법대 최종길 교수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고문치사 되었다. 많은 사람의 증언과 해외 언론의 보도가 이를 밑받침하고 있다. 이렇게 죽어간 사람이 최종길 교수 한 사람이라는 보장이 없다. 인권유린의 수부 중앙정보부 등은 마땅히 해체되어야 하며 인권유린을 인정하는 모든 법적, 제도적 장치는 철폐되어야 한다.
3. 민청학련사건에서 나타난 인권유린의 사례는 당국이 12월 4일의 우리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함으로써 확인되었다. 정부는 마땅히 구속인사 203명 전원을 조속히 석방함으로써 인권을 유린한 죄과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4. 근로자의 인권은 어느 경우에나 보장되어야 한다. 근로자가 자기 이익의 옹호를 위해서 노동조합을 구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봉쇄하는데 따른 모든 책임은 마땅히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근로자는 그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상응하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 근로자는 불리한 노동조건과 실직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5. 새로이 고통받는 사람들, 민주회복과 구속인사 석방을 부르짖는 학생, 교수, 변호사, 성직자들에 대한 박해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 임광규 변호사에 대한 조치 및 백낙청 교수에 대한 부당한 파면은 즉각 취소되어야 하며, 김병걸 교수의 사표는 반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 성직자인 선교사들에 대한 추방령은 하느님의 진리에 대한 도전으로 보아 우리는 이 점을 중시하는 바이다.
6. 국민 각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는 이미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 국민 다수의 정당한 주장을 총칼과 권력으로 폭압하는 정부는 이미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부는 이미 국민에 의한 정부가 아니다. 우리는 현재 이 시점이 그릇된 정부가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