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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세계 최고의 의료 기술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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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미용성형 기술은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한국에 의료관광을 오는 외국인의 숫자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세계 정상 수준이다. 하지만 이보다 아주 일찌감치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던 성형 의료기술이 있었다. 절단된 손가락을 다시 이어 붙이는 수지접합술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잘린 손가락을 이어 붙이다보니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던 것이다. 

1978년 작곡가 김민기가 음악극 형식으로 발표한 ‘공장의 불빛’은 1970년대 노동현장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 개래요 / 시퍼런 절단기에 뚝뚝 잘려서 / 한 개에 오만 원씩 이십만 원을 / 술 퍼먹고 돌아오니 빈털터리래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며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의 산재왕국이라는 악명도 함께 얻었다. 산재노동자협의회에 따르면 1990년 한 해의 총 재해건수 132,893건을 기록했다. 하루에 6명의 노동자가 죽고 340건의 산재가 일어난 것이다. 그중 손을 다친 노동자는 35.1%인 46,663건이었다. 산재로 악명 높았던 경동산업의 한 노동자는 그의 수기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는 그릇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프레스에 찍혀나오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잘린 손가락이었고 빠우에 광이 나는 것은 바로 살점이 훑어져 버린 우리들의 앙상한 뼈마디였습니다..."


3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난 현재. 여전히 한국은 산재사망률 최고 수준의 나라이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이 요양이나 보상 신청을 하는 과정도 여전히 어렵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제도의 혜택을 받기 쉽지 않다. 특히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심각한 재해나 질병이 아니면 아예 산재신청을 포기해야 한다. 노동자가 어렵게 산재 신청을 하더라도 사업주의 의견에 따라 승인 여부가 결정되며, 사업주가 인정하더라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한다.

노동자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산재요양을 받더라도 직업병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치료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제대로 치료를 받기도 어렵다. 또한 치료과정이 길어지면 근로복지공단은 치료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강제로 치료를 종결을 하고, 노동자들은 현장에 복귀해 개인치료를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체 산업계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수는 7,366명이다. 연평균 1842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민주노총은 은폐되고 있는 산재는 이보다 훨씬 많고, 실제로는 정부 통계의 12~3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취약 노동계층을 중심으로 산재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이주노동자이고, 손가락 잘린 노동자의 피부색도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