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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정의롭고 정의로운 사회, 한마디로 인간다운 사회는 아직도 우리 현실에서 한갓 꿈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바로 잡고 그것을 개선할 힘을 기르는 일이야말로 인간다운 인간을 교육하는 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 역시 이 사회에서는 우리 교육자들의 꿈에 머물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마구 누르고, 자손대대로 물려줄 강산을 돈을 위해 함부로 오염시키는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진실과 인간적 품위를 존중하는 교육은 나날이 찾아보기 어려워 가고 있다."

"이에 우리 교육자들은 각자가 현재 처한 위치의 차이나 기타 인생관, 교육관, 사회관의 차이를 초월하여 다음과 같은 우리의 교육지표에 합의하고 그 실천을 다짐한다. 1. 물질보다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 진실을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교육의 참 현장인 우리의 일상생활과 학원이 아울러 인간화되고 민주화 되어야 한다  2. 학원의 인간화와 민주화의 첫걸음으로 교육자 자신이 인간적 양심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적 정열로써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배워야 한다  3. 진실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며 그러한 간섭에 따른 대학인의 희생에 항의한다. 특히 구속학생의 석방과 제적학생의 복적을 위해 우선적으로 노력한다  4. 3.1정신과 4.19정신을 충실히 계승 전파하며 겨레의 숙원인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민족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을 한다."


1978년 6월 27일, 전남대학교 교수 11명이 비인간적이고 비민주적인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특히 독재체제를 합리화시키고 있는 국가주의적 교육사상을 비판하는 내용의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하였다. 송기숙 교수 등 서명자 11명은 <우리의 교육지표>가 발표된 그날로 중앙정보부 전남지부로 연행되었다. 송기숙 교수는 7월 4일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서명자 전원이 해직되었다. 교수들이 연행되자 전남대학교 학생들은 교수 연행에 항의하는 격렬한 시위를 전개했고, 항의시위에 참가한 학생들도 구속되었다.

이 성명서는 원래 연세대에서 해직된 성내운 교수와 전남대 송기숙 교수가 작성, 광주 및 서울의 각 대학 교수들에게 서명을 받아 발표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연락이 혼선이 빚어지는 등 차질이 생겨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서울에서 서명한 이화여대의 이효재 교수가 수사기관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으며, 성내운 교수는 수사기관의 수배를 받던 중 1979년 1월 체포되어 긴급조치 9호로 구속되었다. 

<우리의 교육지표>선언은 탄압받고 감시당하는 대학에서 신분이 보장된 대학 교수들이 투옥과 해직을 각오하면서 유신독재의 반민주적인 교육실상을 용기 있게 폭로한 사건으로 유신정권의 병영적 통제에 대한 교육계 최초의 저항으로 평가된다.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에서 교수 11명 전원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었고, 교수 구속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시위 관련 건도 인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