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저, 저, 누구냐!”누군가가 서울시청 앞 성공회 성당 뒤편 수녀원의 담벼락을 넘어 마당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지나가던 수녀가 그들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는 수녀원에 그것도 이 이른 아침에! 기겁을 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런데다 마당에 떨어진 사람은 다름 아닌 가사 장삼을 걸친 스님들이었다. 수녀원에 스님이라니!자세히 보니 한 사람은 허우대가 크고 미남으로 생긴 스님이었고, 한 사람은 까만 승복을 걸친 덩치가 작고 까무잡잡한 얼굴이 서민적으로 생긴 스님이었다. 마당에 떨어진 두 사람은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수녀를 향해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오. 아침부터 월장을 해서 미안하외다. 껄껄껄”이 기괴한 소동을 듣고 신부들이 달려 나왔다. 신부들의 손에는 몽둥이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당신들은 누구요?”여차하면 한 대 후려갈길 기세였다. “아, 가만있자. 지선 스님이랑 진관 스님 아니오?”조금 있다 뒤따라 나온 성공회 성당 박종기 주임 신부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하하, 예. 그렇습니다. 박신부님, 경찰들이 성당 주변을 철통 같이 막고 있는 터라...”키 큰 스님이 멋쩍게 웃으며 변명처럼 말했다. 허우대가 큰 스님은 바로 불교계를 대표해 6.10국민대회에 참가하려온 지선 스님이었고, 덩치가 작은 스님은 그 유명한 진관 스님이었다.“하하. 누구시라고! 어서들 오세요. 안으로 들어갑시다.”박종기 신부는 급히 그들을 본당 안으로 인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