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3·1민주구국선언’ 사건 이후 유신정권의 감시·연금·미행·동행·구금은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졌다. 특히 3·1절이다 제헌절이다 하면 더욱 극성스러웠다. 계속되는 불법연금, 집회방해 속에서 1977년 3월 22일 ‘3·1민주구국선언’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법원은 방청을 제한하였고 심지어 가족들조차 방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러한 강압적인 상황 속에서 대법원은 고등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억지와 강압 속에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지자, 윤보선, 정구영, 지학순, 양일동, 천관우, 함석헌, 윤형중, 박형규, 정일형, 조화순 등 재야인사 10명은 ‘3·1사건’에 대한 최종판결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시국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성명 “민주구국헌장”을 발표했다.

...... ③ 이 시점에서 현 정부가 민족사적 도전을 극복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ㄱ)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의 철폐 ㄴ) 모든 정치범의 완전한 인권회복과 비민주적 제도와 법의 폐지 ㄷ) 고문, 사찰 등 폭압과 정보정치의 종식 ㄹ) 언론, 학원, 종교의 자유 및 사법권 독립의 보장 ㅁ) 노동자, 농민 등 모든 민중의 생존권보장 ㅂ) 국내외적으로 부정, 부패의 척결과 정당하고도 공개적인 선린외교의 자세 확립을 지체 없이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

이 헌장의 발표도 3·1민주구국선언서의 발표와 같이 떠들썩한 가운데 발표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3·1민주구국선언서 발표를 체험하고 그 선언의 발표를 의도적으로 문제시 하였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보았던 유신정권은 민주구국헌장의 경우에는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했다. 헌장의 발표는 그 자체로는 조직적 운동이 아니었지만 그것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로 말미암아 이에 동조하고 서명하는 사람들의 수효는 점점 많아졌으며, 4월 11일 서울대 시위에서 이 헌장이 배포되는 등 사회적 반향이 컸다. 이에 유신정권은 서명운동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서명자들을 중앙정보부를 통해 강제 연행하고 그 일부를 구속하는 등 강경탄압으로 대응했다.

유신정권은 민주구국헌장을 선언한 사람보다는 이후의 서명자들과 유포자들을 집중적으로 탄압하였다. 동 헌장을 전달했던 박종렬은 긴급조치 9호 위반혐의로 기소되어 징역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고, 4월 15일 감리교신학대학에서 시위를 시도하려다 사전 발각되어 조사를 받았던 정명기 전도사와 4명의 학생들은 민주구국헌장을 소지하고 이를 읽었다는 이유로 징역 1~2년의 실형을 언도받았다. 그 결과 민주구국헌장에 대한 서명운동은 더 이상 확산되지 못했지만, 유신체제의 반민주성은 더욱 분명히 드러나게 되었으며 반유신 민주화운동의 정당성이 국민들에게 깊이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주요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편, 『한국민주화운동사 연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편, 『민주화운동관련 사건·단체 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조사연구(1970년대)보고서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편, 『유신과 반유신』 김정남,『진실, 광장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