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월 26일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관리하던 안전가옥 중 한 곳에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소위 ‘궁정동의 총성’이 울렸다. 박정희의 사망으로 유신독재정권이 종식되고 민주화의 길이 열리리라는 기대가 커져갔다. 그러나 현실은 모두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개되었다. 10월 27일 새벽4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고, 국무총리 최규하가 대통령권한대행이 되었다. 최규하는 11월 10일 유신헌법에 따라 통일주최국민회의에서 새 대통령을 선출하고 새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민의를 모아 헌법을 개정한다는 ‘시국에 관한 담화’를 발표했다.

유신을 청산하고 민주화의 길로 나아가기를 열망했던 민주화운동세력에게 ‘선 통대(통일주체국민회의대의원) 대통령 선출 후 개헌’은 유신독재로의 퇴행을 의미했으며 이것은 즉각적인 재야세력의 분노와 반발을 야기했다. 각계에서 유신 철폐와 계엄령 해제,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 발표와 시위가 계속되었다. 11월 24일, 명동에 위치한 YWCA 1층 강당에서 민주청년협의회 홍성엽과 윤정민(가상인물)의 결혼식이 열렸다. 최소한 500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결혼식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신랑이 입장하였고, 그와 동시에 ‘통대 저지를 위한 국민선언’ 유인물이 살포되었다. 통대선출저지국민대회가 개최되어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 체육관대통령 선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취지문이 박종태(전 공화당 국회의원)에 의해 낭독되었고 통대 선출 반대, 거국민주내각 구성을 촉구하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날의 통대선출저지국민대회는 함석헌을 대회장으로, 김병걸·백기완·임채정·박종태·김승훈·양순직 등을 준비위원장, 그 밖의 해직 교수, 종교인, 헌정동지회, 문인, KSCF, 민청협 등을 실행위원으로 하여 조직되었는데, 이들은 유신체제의 전면적 청산, 유신체제 유지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이들과 부패특권층에 대한 준엄한 심판, 군의 정치적 중립, 외세의 간섭 거부 등을 요구하였다. 이 국민대회는 비록 결혼식을 한다고 하면서 모였지만 10·26 이후 계엄령하에서 재야가 처음 가진 집회였는데 이미 대기 중이던 경찰기동대원들이 참석자들을 닥치는 대로 끌어내어 연행하였고, 대회장을 빠져나온 200여 명의 참석자들은 곧 코스모스 백화점 앞에 모여 “유신 철폐‘와 ”통대선거 반대“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들 역시 기동대에 의해 강제 해산되었고, 일부는 체포되었다. 이날 사건으로 연행자는 모두 140여명에 달했으며, 14명이 구속, 4명은 불구속, 67명은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연행된 이들은 수일간 참혹한 구타와 고문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어야 했으며, 이는 전두환 등 신군부의 폭력성을 명료히 알게 해준 사건이었다.

통대선출저지 국민대회를 비롯한 일련의 유신철폐 운동은 10·26 이후에도 유신체제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는 유신세력과 계엄당국에 대한 저항운동이었다. 그러나 유신철폐와 민주화조치에 대한 요구가 좌절된 이 사건들을 통해서 유신정권 대신 폭력적인 신군부가 새로운 권력의 실체로 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결국 유신체제 내내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학생, 청년, 재야세력들은 이들의 등장을 막지 못했고 12·12 이후 더욱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맞게 되었다.

주요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편, 『한국민주화운동사 연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서중석 저, 『한국현대사 60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편, 『민주화운동관련 사건·단체 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조사연구(1970년대)보고서Ⅰ』